[스크랩] 알뜰 함박눈 총판 / 박형권 알뜰 함박눈 총판 - 박형권 우리의 가난은 음악이어서 피아노를 항상 큰 방에 모셨다 좁은 집으로 이사하기 전에 우리의 자부심이었던 가난을 고작 삼천 원에 팔았다 ─이건 버리는 비용이 더 들어요, 이걸로 따님 과자나 사주세요 팔려간 가난이 허기를 입고 지금 알뜰 피아노 총판에서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4.01.22
[스크랩] 일본식 한국말의 사용을 삼갑시다 일본식 한국말의 사용을 삼갑시다 고운 우리말 널리 알리고, 바르게 쓰도록 합시다. 평소에 우리가 자주 쓰면서도 일제강점기부터 쓰던 우리 언어 현실 속에 일본식 한국말이 상당히 많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상적인 친숙한 대화 같은 언어 생활 속에서야 어쩔 수 없지만 글로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4.01.09
[스크랩] 우체통 안에서는 무슨 소리가 들리나 우체통 안에서는 무슨 소리가 들리나 수직으로 천년, 돌은 뿌리를 내린다. 빨간 외투 걸치고 몇날며칠 귀를 열어두고 있었으므로 소리의 사연들은 고물거리며 바닥을 기어 다닌다. 날개 있는 것들은 모두 한 번씩 깡통에 던지는 동전처럼 발치에 웃음을 던져주고 갔다. 초등학교 삼층 난..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3.12.17
윤성택/ 적목 적목赤目 윤성택 이별이 목발을 하고 우리를 지난다 을씨년스런 예감이 새벽의 안감에 박혀 스르르 말줄임표가 되어가는 별, 환자복에서는 파란 눈이 송이송이 날리고 소독약 냄새 같은 추억도 자정을 넘긴다 이별부터 시작되는 날이 맨 처음 첫인상에 이르면 운명도 단지 멀미일 뿐, 누..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3.12.01
박연준/ 베누스 푸디카Venus Pudica 베누스 푸디카 Venus Pudica 박연준 옛날, 옛날, 옛날 (뭐든지 세 번을 부르면, 내 앞에 와 있는 느낌) 어둠을 반으로 가르면 그게 내 일곱 살 때 음부 모양 정확하고 아름다운 반달이 양쪽에 기대어 있고 아무도 들어오려 하지 않았지 아름다운 틈이었으니까 연필을 물고 담배 피우는 흉내를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3.12.01
비정형 사춘기 / 곽은영 비정형 사춘기 곽은영 너의 편지를 건조한 화장실에 내려놓고 나는 배꼽을 보며 묻는다 오늘 밤만은 온전히 너를 추억할 수 있겠구나 우리의 문법으로 걷기 위해서 신발 가득 철벅철벅 발목에서 흘러내린 피가 고인 채 아픈 줄도 몰랐고 다만 갈증이 있었지 더, 제발 마치 밤의 자식임을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3.12.01
공무도하가/ 류근 공무도하가/ 류근 사람들 마을에 가기 싫더라 대숲에 푸른 달빛 먼 산이 흔들릴 때 어리석은 육신 뒤로 기러기 간다 혼자 사는 마음이야 술빛 같은 것 못 버린 목숨 한 잎 꽃밭에 주고 저무는 바람 소리 한평생이 취했으니 아하, 아직은 못 만난 사람이여 기다림이 다하면 큰 강 건너 한 천..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3.11.29
[스크랩] 사람의 정처 / 이병률 사람의 정처 - 이병률 물가에 떠내려온 것이 있었다 축축했고 검었으며 추워 보였고 사람이었다 어깨에 돌화살촉이 박힌 자국이 그대로여서 흔들어보았으나 그대로였다 내 손에 살점이 묻어나는 듯했다 눈가는 필사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며 부패 상태는 이상적이었다 신(神)은 어제부터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3.11.23
별 닦는 나무/ 공광규 별 닦는 나무/ 공광규 은행나무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면 안되나 비와 바람과 햇빛을 쥐고 열심히 별을 닦던 나무 가을이 되면 별가루가 묻어 순금빛 나무 나도 별 닦는 나무가 되고 싶은데 당신이라는 별을 열심히 닦다가 당신에게 순금 물이 들어 아름답게 지고 싶은데 이런 나를 별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3.10.26
[스크랩] 은행나무 / 박형권 은행나무 - 박형권 사람 안 들기 시작한 방에 낙엽이 수북하다 나는 밥 할 줄 모르고, 낙엽 한 줌 쥐여 주면 햄버거 한 개 주는 세상은 왜 오지 않나 낙엽 한 잎 잘 말려서 그녀에게 보내면 없는 나에게 시집도 온다는데 낙엽 주고 밥 달라고 하면 왜 뺨 맞나 낙엽 쓸어담아 은행 가서 낙엽..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3.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