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꽃/ 오태환 누군가의 눈짓 하나 손짓 하나가 닿아 꽃이 피기도 하네 살아 있는 일이 모두 다 그러하다고.... 이런 꽃/ 오태환 순 허드레로 몸이 아픈날 볕바른 데마다 에돌다가 에돌다가 빈 그릇 부시듯 피는 꽃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4.07.10
태양의 혀/ 박미산 태양의 혀/ 박미산 천둥 번개로 목욕한 몸을 말린다 나무 곁에서 똬리를 틀고 뜨거운 표정을 짓는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지나가는 너는 영겁의 세월 전 나를 기르던 나의 치정 비린 육신 페로몬을 뿜고 혓바닥을 낼름거리지만 너는 젖은 흙을 밟으며 무심하게 스쳐 간다 청포 냄새가 난..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4.07.01
나머지 날/ 도종환 나머지 날/ 도종환 고립에서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이층집을 짓고 살았으면 좋겠네 봄이면 조팝꽃 제비꽃 자목련이 피고 겨울에 뒷산에 눈이 내리는 곳이면 어디든 좋겠네 고니가 떠다니는 호수는 바라지 않지만 여울에 지붕 그림자가 비치는 곳이면 좋겠네 아침 기도가 끝나면 먹..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4.06.20
울음의 내부/ 정채원 울음의 내부/ 정채원 상반신 날아간 동종 속을 드래낸 채 앉아 있다 몸뚱이 떨어져 나간 부분이 들쑥날쑥 이 빠진 칼날 같다 발아래 엎드려서라도 네 어둠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싶은 적 있었다 바닥을 기어서라도 그 떨림의 끝에 닿고 싶었지만 두께를 알 수 없는 울음은 어디에서 온 건..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4.06.18
자목련 꽃피다/ 홍신선 자목련 꽃피다/ 홍신선 등걸잠인가 끌려나온 취객 몇 놈 허공에 붕괴된 정신처럼 나자빠져 있다 봄철도 파장 무렵인데 무엇에 저리 대취했는가, 가끔 우리도 살 갈래갈래 찢기고 생 뼈 튀어나오는 그 외로움에 취할 때 있지 - 시집 『삶의 옹이』2014, 문학선 사 <약력> 경기화성출생,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4.06.18
혼자, 꽃을 보다 혼자, 꽃을 보다 구석본 철조망가시를 감고 넝쿨장미가 꽃을 피웠다 저 꽃, 철조망가시가 뿌리다 장미꽃이 향기를 독가스처럼 뿜어내는 5월의 한낮, 햇살 한 줄기, 철조망가시에 걸려 있다 철조망가시가 햇살 속으로 깊숙이 들이민다 햇살이 뿌리 깊은 꽃을 피우고 있다 당신으로부터 전..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4.05.09
극약 처방 이후/ 정진규 극약 처방 이후 정진규 사랑이란 劇藥 처방 이후 한쪽 귀가 시원치 않다 넘쳤다 귀로 왔다 귀가 먹으면 어쩌나 점점 불안이 커져가고 있다 내가 거느리는 시간과 공간의 벼랑에 어두운 돌이 하나 무겁게 매달려 내가 맨발로 오르내리던 허공을 가로막는다 훼방 놀고 있다 오히려 내가 늘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4.05.04
[스크랩] 허튼 바람이 치리야/ 오대환 허튼 바람이 치리야 오대환 떠나가는 자와 지금 떠났다가 돌아오는 자 사이에 허튼 바람이 치리야 부치지 못할 편지와 그래도 쓸도리 외에 없는 편지 사이에, 그 아득한 구음口音들 사이에 허튼 바람이 치리야 저 4월에 지는 꽃의 붉음과 기어이 4월에 피는 꽃의 붉음 사이에 허튼 바람이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4.05.04
아름다운 발아 / 신병은 아름다운 발아發芽 신병은 건너는 화법을 몰랐다 열릴 것이라고 믿었지만 눈감은 단단한 기억일 뿐이었다 눈빛 무성한 원시림의 기억이 물의 허물로 남아 저물녘이면 한없이 흐르고 싶어 젖은 집 한 채를 짓는 그 여자, 물을 돌려주세요 뜨거운 곳을 열어 밤새 호로롱 호로롱 맑은 물소..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4.03.26
[스크랩] 혈화 / 김은령 혈화 - 김은령 우연히 들른 고택 울밖에 서성, 서성거리는 봉선화들 이미 한물간 처지인 줄 알면서도 속수무책이었을 꽃, 마지막 잎을 땄다 심장 소리 간격으로 콩콩콩 찧어서 꽃의 피를 볼 때까지 짓이겨서 열 손가락 끝 랩으로 동여매어 하룻밤을 잤다 요즈음에 누가? 싶다가도 꽃물이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4.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