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울음의 내부/ 정채원

이삐김밝은 2014. 6. 18. 15:01

 

 

 

 

 

 

 

 

 

 

울음의 내부/ 정채원

 

상반신 날아간 동종

속을 드래낸 채 앉아 있다

몸뚱이 떨어져 나간 부분이 들쑥날쑥

이 빠진 칼날 같다

 

발아래 엎드려서라도

네 어둠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싶은 적 있었다

바닥을 기어서라도

그 떨림의 끝에 닿고 싶었지만

 

두께를 알 수 없는 울음은 어디에서 온 건지

바람을 삼키고 번개를 삼키고 그림자를 삼켜

아득한 실개울 작은 조약돌의 숨결처럼 시작된 떨림은

 

어느 울퉁불퉁한 별이 때리고 간 것일까

 

반 이상 허물어진 뒤에야

울음은 그 내부를 보여 준다

 

바닥에 고인 청동 기억 흔들며

남은 생애을 두드려 보지만

이미 어둠을 잃어버린 울음

 

네가 더이상 종이 아닐 때

내 심장도 정수리도 날아가 버렸다

 

-시집 일교차로 만든 집』, 2014, 시작시인선

 

 

<약력>

서울출생, 1996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이화여대 영문과 졸업

시집 『나의 키로 건너는 강』『슬픈 갈릴레이의 마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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