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涯月)을 그리다 7/김밝은 애월(涯月)을 그리다 7 김밝은 애월, 약속의 말은 향기로워서 섬마을 걸쭉한 사투리만 들어도 파릇파릇해지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겨울을 앞질러 봄의 입김과 닿았다고 생각했는데 잠시 한눈을 팔면 겨울을 품은 바닷바람은 날카로워서 새파랗게 질린 말들이 뼛속을 파고들기도 했어 돌..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9.04.04
애월을 그리다 6/김밝은 애월涯月을 그리다 6 김밝은 애월, 동백꽃은 충혈된 눈으로 주저앉았고 해국은 멍든 손을 흔들다가 떠났다는 소식을 차마 아슴푸레하게 들었어 몸을 반으로 접은 달의 그림자를 부여잡고 샛별 하나 발치에 둔 채 타박타박 돌아와 눅눅한 하루가 글썽이는 베개에 생각을 눕히고 여전히 전..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8.09.12
동백에게 묻다/ 김밝은 동백에게 묻다 김밝은 빛으로 건너오는 네 가슴을 더듬어 어디쯤 내 작은 숨소리 하나 만져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세상에 머무르고 싶은 이유가 될 거라고, 불쑥 튀어나온 기억이 명치끝을 두드린다 옷자락 끝에서 봄으로 짠 풍경이 연서처럼 휘날리면 나도 잠깐 제비꽃처럼 순해지고 ..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8.09.12
안개마을 건너, 바그다드 안개마을 건너, 바그다드 김밝은 안개가, 신의 한 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간절함만으로 닿아보던 티그리스 강가 욕심껏 만져보지 못했던 허공 속으로 길어진 마음을 던지자 길을 놓친 숨소리들로 가득해졌다 우리들의 천일야화는 어느 광장에서 절뚝거리며 되살아나는지, 불안을 품은 이..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8.06.28
입춘/김밝은 -폰사진(2018) 입춘立春 김밝은 당신 얼굴을 들여다보다 엉덩방아를 찧고 길을 놓치고, 꽃눈에 기대던 뺨을 잊어버리고 ⋯ 새파래진 울음의 문장들로 허공이 가득해져서 끝내 남쪽의 문을 닫아걸었던 기억을 되짚어보아도 아직 늑골 깊숙이 손을 넣고 울고 싶을 만큼 실컷 울지 못했는지 ..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8.06.28
자미화/김밝은 자 미 화 김밝은 천년의 눈물을 껴안은 듯한 몸뚱이로도 당신 그늘은 그렇게나 곰살맞아서 대책 없이, 자미화 자 미 화 자 미 화 자 미 화 … 미 와 자 미 와 자 미 와 ‧ ‧ ‧ 깨어보니 내 분홍의 시간 다 지나가버렸습니다 시와사상 2017 가을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7.09.27
매화방창梅花方暢/ 김밝은 2017 선암사 매화방창梅花方暢 김밝은 봄의 머리카락이 휘날릴 때마다 향기로 퍼져나가는 소식에 바쁜 하루를 슬그머니 떼어놓고 바람을 향해 귀를 열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생이 참 좋을지도 모른다며 얌전하던 풍경風磬이 은근한 수다를 건네 옵니다 풍경風景을 해석하는 글자들이 부..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7.09.27
물고기 염습/김밝은 물고기 염습 김밝은 잘 익은 햇살을 마음껏 들이킨 해당화가 붉어진 얼굴로 담벼락 너머 먼 바다를 기웃거려도 제 살을 꼬집으며 소리치던 뱃고동마저 무심히 지나가는 창후리포구 세상을 향해 질주하던 소리들도 사라지고 배와 등의 경계마저 무너져 불시착했는지 커다란 물고기 한 마..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7.09.27
[스크랩] 술의 미학 (외 1편)/ 김밝은 술의 미학 (외 1편) 김밝은 가끔 심장이 시큰둥해지는 날 곱게 부순 달빛가루에 달콤한 유혹의 혀를 잘 섞은 목신 판의 술잔을 받는다 찰나의 눈빛에 취해 비밀의 말들을 너무 많이 마셨나 날을 세운 은빛 시선이 애꿎은 꽃잎만 잘라내고 있다 물구나무서던 시간들이 절룩거리는 기억을 붙..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7.08.01
오래된 약속을 꺼내다-부용의 묘/김밝은 오래된 약속을 꺼내다 -부용의 묘 김밝은 산이 제 그림자를 껴안고 쓸쓸함을 견디는 동안 울음소리마저 묶었던 시절들을 끌어당겨놓고 가만히 들여다보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얼굴을 기억하려 애쓰지 않아도 수많은 표정의 계절들이 제 발끝을 만지작거리다 가기도 하고 산까치도 찾아..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7.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