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마을 건너, 바그다드
김밝은
안개가,
신의 한 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간절함만으로 닿아보던 티그리스 강가
욕심껏 만져보지 못했던
허공 속으로 길어진 마음을 던지자
길을 놓친 숨소리들로 가득해졌다
우리들의 천일야화는 어느 광장에서
절뚝거리며 되살아나는지, 불안을 품은 이방인의 노래가
계면조 풍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서로의 입술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말없이 찻잔에 얼굴을 들여 놓고
만장처럼 펄럭이는 안개의 혀를 만지작거릴 것이다
글썽이다 떨어트린 하늘의 한숨 같은
안개숲을 더듬어가며 우리,
모래꽃이 까마득한 비밀처럼 피어나고 있을
바그다드로 간다
-2018 시와시학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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