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매화방창梅花方暢/ 김밝은

이삐김밝은 2017. 9. 27. 17:35





2017 선암사




매화방창梅花方暢



                        

                                   김밝은


봄의 머리카락이 휘날릴 때마다 향기로 퍼져나가는 소식에

바쁜 하루를 슬그머니 떼어놓고

바람을 향해 귀를 열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생이 참 좋을지도 모른다며

얌전하던 풍경風磬 은근한 수다를 건네 옵니다



풍경을 해석하는 글자들이 부끄러워지고

젖은 숨을 내쉬던,

예전의 내가 허공에서 가벼워지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의 지문을 가득 품은 얼굴 앞에서

사람들 ,

명주실처럼 감겨있던 말꽃을 풀어내느라 바쁠 때


스님들의 방귀소리에도 화르르 웃음 터트리며

세상의 얼굴 저토록 환하게 하는


선암사,

매화방창입니다


2017 가을 시와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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