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물고기 염습/김밝은

이삐김밝은 2017. 9. 27. 17:29




물고기 염습

                        김밝은



잘 익은 햇살을 마음껏 들이킨 해당화가

붉어진 얼굴로 담벼락 너머 먼 바다를 기웃거려도



제 살을 꼬집으며 소리치던

뱃고동마저 무심히 지나가는 창후리포구



세상을 향해 질주하던 소리들도 사라지고

배와 등의 경계마저 무너져 불시착했는지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



한낮의 고요 속에서 무너져가고 있다



고요히 누울 방하나 생각해 주지 못하고 물러서려 하자

바다가 염습을 해 주려는지

반질반질해진 꼬리를 얕은 바닷물에 담가보려 애를 쓰고,



조마조마한 지상에서는 감꽃이

눈 질끈 감고 낙하중인 오월



정적을 깨트리며 날아드는 새들의 부리가 붉다



2017 애지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