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염습
김밝은
잘 익은 햇살을 마음껏 들이킨 해당화가
붉어진 얼굴로 담벼락 너머 먼 바다를 기웃거려도
제 살을 꼬집으며 소리치던
뱃고동마저 무심히 지나가는 창후리포구
세상을 향해 질주하던 소리들도 사라지고
배와 등의 경계마저 무너져 불시착했는지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
한낮의 고요 속에서 무너져가고 있다
고요히 누울 방하나 생각해 주지 못하고 물러서려 하자
바다가 염습을 해 주려는지
반질반질해진 꼬리를 얕은 바닷물에 담가보려 애를 쓰고,
조마조마한 지상에서는 감꽃이
눈 질끈 감고 낙하중인 오월
정적을 깨트리며 날아드는 새들의 부리가 붉다
2017 애지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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