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나이아가라폭포
연어 이야기
살아있는 것들의 몸을 함부로 만지지 못했던 적 있었습니다 아무데나 앉아 징징거리기도 하고 땅따먹기를 하다가 친구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뽑아내버리기도 했었지만요
분홍분홍하며 피어나던 진달래나 붉디붉어진 저녁 해를 껴입고 날아가는 새들을 보면 멀리 있는 엄마 생각에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토방 밑으로 흰 뱀이 들어가는 걸 본 뒤였을 거예요 작대기 하나를 간신히 부여잡고 있는 빨랫줄에 새 한 마리가 날마다 찾아와 울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새끼가 잘못 태어나 아프다며 눈감은 네 애비가 찾아와 깃에 묻혀온 미안한 시간을 털어내는 거라고, 할머니는 바다냄새 찐득한 노랫가락을 굽이굽이 뽑아내곤 하셨지요
사다리를 몇 개쯤이나 이으면 하늘에 닿을 수 있을까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바다를 품은 수국이 그늘진 계절만을 데리고 오던 작은 마당도, 할머니의 고단한 옷고름을 풀어주던 육자배기도 다만 아득한 풍경으로 남아있는데
그 모든 것들이 희고 긴 손가락을 꿈꾸었던 나의 화양연화였다니요
허공을 만지작거리던 눈으로 붉어진 하늘이 와르르 쏟아져 내립니다
2017 시와정신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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