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冬至)
김밝은
걷고 또 걸어도 쨍쨍한 한낮들이 지루하게 흘러갔어
도대체 생각이 없는 것 같은 낮들이 지겨워지기 시작했지
오후 세시만 되면 내려앉는 눈꺼풀을 원망하며⋯
얼마만이야 이런 시간
얼른 낮을 뒤집어 놓고
긴긴 밤과 마주해야지
부풀대로 부푼 밤의 몸을 오래도록 만질 수 있을 거라 상상해봐
발가락 끝부터 짜릿해지지 않니?
낙타가 등을 일으켜 세우고 떠나갈 시간일랑 저만큼 밀어놓고
밤이 쏟아내는 표정들과 함께 하고 나면 아침,
손가락 사이에서 싱싱한 물고기들이 튀어 오를지도 몰라
미래시학 2017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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