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여시아문/김밝은

이삐김밝은 2017. 3. 14. 13:21





사진- 네이버



여시아문(如是我聞)*



                         김밝은


두 다리 맘껏 펴고 자지 못한 날이 많았던 거야

가끔 상상의 지도가 깨끗이 지워져 어지러울 때도 있었을테지

지끈지끈해지는 사람 사이는 또 얼마나 많았겠니⋯



손에 다 쥐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빠져나가 버리는 이야기들이어서 더 아픈지도 몰라


추운 날 더 생각나는 메밀꽃

무슨 수를 내 눈 깜짝할 사이 찾아낼 수는 없을까


가슴 한편 참방참방한 물길을 걷어내고

오래 묵어 더 그리운 쪽문 하나를 열면

수천 년도 교묘히 뛰어넘어와 줄 사람 하나


어쩌면

약속인 양 꽃을 들고 서 있을지도 모르니


누군가 네 머리를 짓찧는대도 주문을 걸어볼 테야?

뜨거운 절망이라도,


도깨비사람 나와라

뚝딱⋯


*여시아문; 불경의 모든 첫머리에 붙는 말로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불교문예 2017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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