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밝은
다가오지 않는 마음을 부르는 소리로 두꺼워지는 벽
이름 없는 입술이 초승달위에 묵음으로 얹히면
핏기 없는 어둠만이 달뜬 뺨을 비비고 가는 방
아침마다 정성껏 눈을 씻으며 바라봐도
여전히 초라한 일들이 일어나는 내일
또 지나간다
멋진 글자들로 잘 차려 입은 누군가의 책속에서는
짐작이 가지 않는 말 화려한 수식어들이 불어나기 시작한다
돌아가지도 않는 시계를 의무인 듯 차고
찐득한 땀에 절여져가는 ‘ㅅ’
간절한 ‘l’ 하나 만나지 못해
쓸쓸한 구석 어디쯤에서 쪼그라들어가고 있다
『 시인수첩』 2017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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