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문득 2/김밝은

이삐김밝은 2017. 1. 4. 12:39





문득 2

 

김 밝은


페르시아어로는 어떻게 발음이 될까

나는 물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네*를 읊조리며


자은도 가는 어디쯤



오래전 너의 집이 있던 곳 같아

매서운 손찌검이 지나간 듯 멍, 해지고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는데

생꽃잎 뚝뚝 꺾여 던져지듯 파르르 떨던 시간들

소스라치게 쏟아지는 날비를 맞는다



내려놓아야 할 것들을 어쩌지 못해 허둥거리고

살아가는 일에도 자주 헛발을 내딛었었나



어이없이 그릇을 떨어뜨리듯 생각을 떨어트린 채

울음을 삼키고 있는 말〔言〕들을 들여다보는,


너와 나의 어디쯤



잘 있어 라거나 안녕, 이라는 말은 깊은 우물 같아서

그렁그렁한 눈물이 가득 고여 있다



*영화 ‘사막의 여왕(Queen of Desert)’ 에서 인용




2016 문학선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