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2
김 밝은
페르시아어로는 어떻게 발음이 될까
나는 물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네*를 읊조리며
자은도 가는 어디쯤
오래전 너의 집이 있던 곳 같아
매서운 손찌검이 지나간 듯 멍, 해지고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는데
생꽃잎 뚝뚝 꺾여 던져지듯 파르르 떨던 시간들
소스라치게 쏟아지는 날비를 맞는다
내려놓아야 할 것들을 어쩌지 못해 허둥거리고
살아가는 일에도 자주 헛발을 내딛었었나
어이없이 그릇을 떨어뜨리듯 생각을 떨어트린 채
울음을 삼키고 있는 말〔言〕들을 들여다보는,
너와 나의 어디쯤
잘 있어 라거나 안녕, 이라는 말은 깊은 우물 같아서
그렁그렁한 눈물이 가득 고여 있다
*영화 ‘사막의 여왕(Queen of Desert)’ 에서 인용
2016 문학선 겨울호
'시 세상 > 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행선/김밝은 (0) | 2017.03.04 |
---|---|
문득 3/김밝은 (0) | 2017.01.05 |
풍경에서 조금 멀어지다/김밝은 (0) | 2016.10.15 |
와이셔츠를 다림질하다/김밝은 (0) | 2016.10.15 |
능소화/김밝은 (0) | 2016.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