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풍경에서 조금 멀어지다/김밝은

이삐김밝은 2016. 10. 15. 21:21


 




풍경에서 조금 멀어지다


                               김밝은


소스라치는 눈빛을 집어등 끝에 매달아둔 채

울진에서 서울행 막차를 탔습니다


눈보라로 휘몰아치며 등을 떠밀던 바다 냄새가

안녕의 손짓처럼 울컥, 옷자락에 묻어 있습니다


귓볼에 와 닿던 말들의 생각으로 가득 채워도

자꾸만 우울해지는 이마를 차창에 기대면

흰 숨소리를 키우며 건네주는 나무들의 진언眞言이

감기는 눈을 들어 올리며 모질게 쌓이는 저녁입니다


주홍빛 불빛을 안고 인기척이 된, 조금은 먼 집의

대문을 밀고 들어가면 따뜻한 손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돌아서는 일에 자주 어눌애서 길은 또 막막해집니다


눈송이처럼 가벼워지는 어느 목숨이

살아 있는 이들의 웃음과 무거운 악수를 하고 산을 넘어가는지

앞으로만 가던 시간도 자꾸 멈칫거립니다


生생은 이렇게 풍경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얼굴이라서

늘 간절한  ’인 것인지요


『창조문예』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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