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에서 조금 멀어지다
김밝은
소스라치는 눈빛을 집어등 끝에 매달아둔 채
울진에서 서울행 막차를 탔습니다
눈보라로 휘몰아치며 등을 떠밀던 바다 냄새가
안녕의 손짓처럼 울컥, 옷자락에 묻어 있습니다
귓볼에 와 닿던 말들의 생각으로 가득 채워도
자꾸만 우울해지는 이마를 차창에 기대면
흰 숨소리를 키우며 건네주는 나무들의 진언眞言이
감기는 눈을 들어 올리며 모질게 쌓이는 저녁입니다
주홍빛 불빛을 안고 인기척이 된, 조금은 먼 집의
대문을 밀고 들어가면 따뜻한 손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돌아서는 일에 자주 어눌애서 길은 또 막막해집니다
눈송이처럼 가벼워지는 어느 목숨이
살아 있는 이들의 웃음과 무거운 악수를 하고 산을 넘어가는지
앞으로만 가던 시간도 자꾸 멈칫거립니다
生생은 이렇게 풍경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얼굴이라서
늘 간절한 ‘……’인 것인지요
『창조문예』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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