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낯선, 여전히 낯선 /김밝은)

이삐김밝은 2016. 10. 12. 01:45

 

 

 

 

 

낯선 , 여전히 낯선

 

                      김밝은

 

`자꾸만 느슨해지는 몸속 태엽을 바짝 조여 줄지도 모를

낯선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다

지구 밖 먼 곳에서

 

시간의 푸른 몸엔

눈부시게 흰 비늘이 파닥파닥 살아있고

몸을 가볍게 흔들어주기만 해도

오르가즘을 느끼는 바람의 표정을 오래 만져볼 수 있는 곳

 

폭력을 휘두르듯 덤벼드는 사막의 열기 한가운데서는

두근거려보지 못한 심장을 깨물린 듯 놀라 숨을 멈추고

아슬아슬해서 더 깊게 감겨드는 풍경들을

배부르게 바라보고도 싶었지

 

아무도 ‘이상해’ 라고 말하지 않아 오히려 이상해 하며…

 

심드렁하던 혈관들이 팽팽하게 조여지면

보랏빛 치맛자락이라도 나풀거리면서

나는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되어 돌아오고 싶었는데

문득 생이 낯설어진 곳으로,

 

기다렸다며 두 팔을 벌리는, 그런데

당신은 누구?

 

 

시와표현, 2016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