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 여전히 낯선
김밝은
`자꾸만 느슨해지는 몸속 태엽을 바짝 조여 줄지도 모를
낯선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다
지구 밖 먼 곳에서
시간의 푸른 몸엔
눈부시게 흰 비늘이 파닥파닥 살아있고
몸을 가볍게 흔들어주기만 해도
오르가즘을 느끼는 바람의 표정을 오래 만져볼 수 있는 곳
폭력을 휘두르듯 덤벼드는 사막의 열기 한가운데서는
두근거려보지 못한 심장을 깨물린 듯 놀라 숨을 멈추고
아슬아슬해서 더 깊게 감겨드는 풍경들을
배부르게 바라보고도 싶었지
아무도 ‘이상해’ 라고 말하지 않아 오히려 이상해 하며…
심드렁하던 혈관들이 팽팽하게 조여지면
보랏빛 치맛자락이라도 나풀거리면서
나는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되어 돌아오고 싶었는데
문득 생이 낯설어진 곳으로,
기다렸다며 두 팔을 벌리는, 그런데
당신은 누구?
시와표현,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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