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런 마음으로 꽃들의 조락을 함께함
김밝은
남녘을 가슴위에 올려놓고
기차는 어둠을 잘라내며 밤새 느리게 달렸습니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내 생의 한 자락도
나란히 덜컹거렸습니다
두 눈 질끈 감으라며 주저앉히던
오목한 시간의 풍경들
햇살이 무늬를 만들어 낼 때마다 조금씩 부서져
동박새 목울대에 조마조마 내려앉았던 것일까요?
동박새의 울음을 오래도록 품었을 꽃송이들
거침없이 투신 중입니다
먼저 와서 수행중인 바람의 흔적으로 흥건한 자리
먼 곳을 향해 얼굴을 들면, 오른쪽 귀가 간지러울
융숭한 꽃그늘이 입을 달싹여 줄까요
사람들의 입술위에서는
내가 잠들었다는 소문이 떠돌아다닐지도 모를,
꽃들의
피와 살로 만들어진 것만 같은 봄날의
단 하루입니다
2016 『문학과 창작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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