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조심스런 마음으로 꽃들의 조락을 함께함/김밝은

이삐김밝은 2016. 8. 27. 14:49





조심스런 마음으로 꽃들의 조락을 함께함

                                             김밝은

 

남녘을 가슴위에 올려놓고

기차는 어둠을 잘라내며 밤새 느리게 달렸습니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내 생의 한 자락도

나란히 덜컹거렸습니다

  

두 눈 질끈 감으라며 주저앉히던

오목한 시간의 풍경들

햇살이 무늬를 만들어 낼 때마다 조금씩 부서져

동박새 목울대에 조마조마 내려앉았던 것일까요?


동박새의 울음을 오래도록 품었을 꽃송이들

거침없이 투신 중입니다


 

먼저 와서 수행중인 바람의 흔적으로 흥건한 자리

먼 곳을 향해 얼굴을 들면, 오른쪽 귀가 간지러울

융숭한 꽃그늘이 입을 달싹여 줄까요

  

사람들의 입술위에서는

내가 잠들었다는 소문이 떠돌아다닐지도 모를,

   

꽃들의  

피와 살로 만들어진 것만 같은 봄날의

단 하루입니다

  


 

2016 『문학과 창작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