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심도
김밝은
생의 이쯤
동백꽃도 아직 피지 않았다고 울먹이고 있습니다
짜디짜게 절여진 그림자를
까마귀쪽나무 곁을 지나 기우뚱거리는 동백나무 아래 내려놓으면
그윽한 통증이 명치를 두드립니다
바닷바람에 젖은 눈동자,
당신에게 보낼 안부는 늘 그랬던 것처럼
한줄 문장으로도 완성되지 못하고
마주치던 눈빛이 상처로 덧날 때
사람은 쓸쓸한 척 동백숲으로 걸어갔습니다
세상이 고요한 사이에도
동백꽃망울에 불 지피는 눈짓 하나 바쁜데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심장 이어지던 그날처럼 황홀해질 수 있을까요
몸을 풀어헤친 파도는
그만 세상과의 문을 닫아걸까, 생각이 깊어갑니다
2016 다층 봄 젊은시인7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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