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지심도/김밝은

이삐김밝은 2016. 8. 11. 09:40




지심도



김밝은


생의 이쯤

동백꽃도 아직 피지 않았다고 울먹이고 있습니다


짜디짜게 절여진 그림자를

까마귀쪽나무 곁을 지나 기우뚱거리는 동백나무 아래 내려놓으면

그윽한 통증이 명치를 두드립니다


바닷바람에 젖은 눈동자,

당신에게 보낼 안부는 늘 그랬던 것처럼

한줄 문장으로도 완성되지 못하고


마주치던 눈빛이 상처로 덧날 때

사람은 쓸쓸한 척 동백숲으로 걸어갔습니다


세상이 고요한 사이에도

동백꽃망울에 불 지피는 눈짓 하나 바쁜데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심장 이어지던 그날처럼 황홀해질 수 있을까요


몸을 풀어헤친 파도는

그만 세상과의 문을 닫아걸까, 생각이 깊어갑니다



2016 다층 봄 젊은시인7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