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애월을 그리다 4 / 김밝은

이삐김밝은 2016. 8. 27. 14:01

애월涯月을 그리다 · 4


                           김밝은


애월 ,

너무 간절하면 더 멀어지는 것일까


비행기 날개 속으로 들어가 견뎌야 했던 새들의 비명이

오월 햇살에, 아프지 않고 뽀송뽀송하게 잘 마르기를 바랬어


하늘의 높이를 견디지 못한 한쪽 귀가 균형을 잃고 어지러워도

장다리꽃은 환한 보라로 보라로 피어어서

생각은 자꾸만 기억의 냄새를 찾아 허공을 내딛었어


바닷바람에 기댄 어깨들이 스스럼없어지는 저녁

전설을 품은 바위아래 앉아

묘~한 빛깔의 바다를 건드리면

걸어온 시간만큼 무거워진 발등에 사박사박,

환한 미간 하나 찾아와 줄 것도 같았지


장다리꽃 빛깔로만 기울었던 왼쪽 뺨이 사람 생각으로 물들어갈 즈음

눈썹달의 졸린 그림자를 꼭 끌어안은 푸조나무 아래로'

이국의 향기를 품은 청년들이 무정한 얼굴로 지나가곤 했어


애월,

곁에 없어도 명치위에 손을 얹어놓고 있는 것만 같은데...

간절해서 조금 더 멀어진 얼굴이 되어버린 날이야



2016 『 미네르바』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