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 품에서 울다
- 새들의 말
김밝은
하늘이 붉은 지느러미를 늘어뜨릴 때
내 가슴엔 먹빛 시간이 내려앉고
발목으로 밀려나 잊혀져가던 통증이
다시 눈을 크게 뜨고 일어나요
몸부림이 내려앉은 화인火印의 자리마다
꽃들의 울음이 새겨지면
뱀눈그늘나비를 데리고 오는 바람의 눈썹도 가늘어져가고요
앙다문 밤이 뒤척이는 날엔 세상의 흐린 풍경들을 헤매다 가
향기가 또 온몸으로 파고들면
상처 난 몸짓은 잊은 채 다시 그대 곁을 서성일 테지요
가시 끝에 걸려있는 달이 몸을 부풀리는 시간
물러서지 않는 이름에게 치명적인 약점을 잡힌,
나는 외부인 출입금지 구역에 갇혀있어요
*강화군 사기리에 있는 수령 400년으로 추정되는 탱자나무
2016 다층 봄 젊은시인7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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