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능소화/김밝은

이삐김밝은 2016. 10. 15. 07:44






능소화

  김밝은


미풍만 불어도

온몸이 간지럽다


기다림의 자리마다

살구나무 그늘 아래 살고 있던 그리움이 건너오고

네 눈빛에 주저앉은  내 심장이

몸살을 하고 있다


열꽃이 나던 시간들

하얀 한지 위에 달빛을 그리며 지나가고,

염천의 허공을 배회하던 벌레들도

저마다 별이 되어 하늘로 돌아갈 때


꽃잠을 꿈꾸었던 죄로

딩,
딩,

딩…

온몸 울리며

내가 눈멀어 가는 길


세상이 툭,

숭어리로 떨어진다



창조문예 2016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