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김밝은
오랜만이어서 신이 난
눈이 저 혼자 달음박질로 오는 아침
기를 쓰며 오물거리던 문장들을
끝내 소화시키지 못한 채 뱉어내버렸다
오래전부터 오른쪽이 잘 들리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자꾸 왼쪽으로만 지나간다고
구부러진 길 위에서 성화를 내던 사람
아직 누구와 입 맞춰주지 못한 노을빛 입술들을
옹기종기 매달고 있는 감나무가,
너도 누군가에게 잊히거나 무의미한 사람이 돼 있을 거라는 듯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갓 구운 빵 냄새가 지상 가득 고소하게 읽히는 시간
어디선가는 폭설이라는데
내 어깨에 내려앉는 건
차마 껴안지 못한 얼굴들, 결국 삼키지 못한 문장들⋯
누군가와의 사이에 금이 가는 건 언제나 사소한 일로 시작되었다
『시와시학 』 봄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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