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자나무; 사진- 가실님
매자나무를 닮았다
김밝은
한때
다디달았던 목소리
폭신폭신하던 웃음들 모두
처음 보는 뜨악한 표정이 되어 돌아서갔다
눈보라가 한바탕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떠나고
낯선 거리에 새파래진 내 입술을 내려놓으면
생각에 잠긴 나무들 사이를
불안한 수다를 옮기는 새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뱃속에서는 검붉은 꽃망울이
피기도 전에 떨어지는지
발길질로 들썩거렸다
아직도
화사(花蛇)의 혀들이 날름거릴 때마다
머릿속이 어지러워 휘청거린다
거꾸로 서기 시작하는 시간들,
따뜻한 입속을 가졌다고 믿었던 사람의 혀에서도 가시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미래시학 2017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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