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생각 2
김밝은
시집 몇 권 가방에 넣고
바다로 떠났습니다
기침이 책갈피 속에 끼어들어 있었는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쿨럭거려 그만
책장을 덮었습니다
그리움 없이도 견딜 수 있는지
아픔의 꽃을 피워야만 시가 된다고⋯
못마땅한 생각들만 자꾸 두통으로 일어서고
시간과 나란히 손잡고 지나가는 풍경들은
따끔거리는 눈 속에서
읽다 만 글자들과 함께 엉켜집니다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는 바닷가 마을이름들을 지나
거추장스러운 짐처럼 나를 내려놓고
버스가 종종걸음으로 가버리고 나면
이제 막 바다위에 이불을 펴는 달이 와락 반가워지는
겨울,
대문을 열고 나가면
풍경보다 사람이 더 낯설게 나를 바라보는 시간입니다
2017 시와정신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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