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겨울생각 2/김밝은

이삐김밝은 2017. 7. 4. 09:46





겨울 생각 2


        김밝은


시집 몇 권 가방에 넣고

바다로 떠났습니다


기침이 책갈피 속에 끼어들어 있었는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쿨럭거려 그만

책장을 덮었습니다


그리움 없이도 견딜 수 있는지

아픔의 꽃을 피워야만 시가 된다고⋯

못마땅한 생각들만 자꾸 두통으로 일어서고


시간과 나란히 손잡고 지나가는 풍경들은

따끔거리는 눈 속에서

읽다 만 글자들과 함께 엉켜집니다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는 바닷가 마을이름들을 지나

거추장스러운 짐처럼 나를 내려놓고

버스가 종종걸음으로 가버리고 나면

이제 막 바다위에 이불을 펴는 달이 와락 반가워지는


겨울,

대문을 열고 나가면

풍경보다 사람이 더 낯설게 나를 바라보는 시간입니다


2017 시와정신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