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선암사
매화방창梅花方暢
김밝은
봄의 머리카락이 휘날릴 때마다 향기로 퍼져나가는 소식에
바쁜 하루를 슬그머니 떼어놓고
바람을 향해 귀를 열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생이 참 좋을지도 모른다며
얌전하던 풍경風磬이 은근한 수다를 건네 옵니다
풍경風景을 해석하는 글자들이 부끄러워지고
젖은 숨을 내쉬던,
예전의 내가 허공에서 가벼워지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의 지문을 가득 품은 얼굴 앞에서
사람들 ,
명주실처럼 감겨있던 말꽃을 풀어내느라 바쁠 때
스님들의 방귀소리에도 화르르 웃음 터트리며
세상의 얼굴 저토록 환하게 하는
선암사,
매화방창입니다
2017 가을 시와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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