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涯月을 그리다 6
김밝은
애월,
동백꽃은 충혈된 눈으로 주저앉았고
해국은 멍든 손을 흔들다가 떠났다는 소식을
차마 아슴푸레하게 들었어
몸을 반으로 접은 달의 그림자를 부여잡고
샛별 하나 발치에 둔 채
타박타박 돌아와
눅눅한 하루가 글썽이는 베개에 생각을 눕히고
여전히 전생 같기만 한 잠을 자기도 했지
팔랑팔랑 몸 여는 소리로 가득하던 한때가
꿈속에서조차 못 견디게 향기로워도 눈을 뜨면
어제보다 조금 더 절룩거리는 오늘이
턱을 괴고 무심히 날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아
이제 그만
까마득한 땅바닥에 손을 짚은 몸 일으켜
푸른 비늘 펄떡이는 말言들의 육감적인 몸짓을 받아 적고 싶은데
애월,
화주花酒 한잔 건네받지 못한 나의 봄날은
어디쯤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는 걸까
미래시학 2018여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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