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애월(涯月)을 그리다 7/김밝은

이삐김밝은 2019. 4. 4. 13:20




애월(涯月)을 그리다 7

김밝은


애월,

약속의 말은 향기로워서

섬마을 걸쭉한 사투리만 들어도 파릇파릇해지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겨울을 앞질러 봄의 입김과 닿았다고 생각했는데

잠시 한눈을 팔면

겨울을 품은 바닷바람은 날카로워서

새파랗게 질린 말들이 뼛속을 파고들기도 했어


돌담이 머물던 자리를 꿰차고 눌러앉은

어정쩡한 길을 지나자

교감을 거부하듯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유리창이

몽상(Reverie)처럼,

봄날로 향하는 눈길을 막고 있어


두근거림을 빼앗긴 풍경에 그만 울컥해져서

이제는 마주할 수 없는 한 시절이 겁나게 그리워지더라


사람들의 부끄러움을 감춰주기 위해 어둠이 가까워지고

발걸음을 잡아당겨야 하는데


애월,

벌써 봄을 앓는 동백꽃 향기 옆에 누우면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덜 아플 수 있을까


월간문학 1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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