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에게 묻다
김밝은
빛으로 건너오는 네 가슴을 더듬어 어디쯤
내 작은 숨소리 하나 만져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세상에 머무르고 싶은 이유가 될 거라고,
불쑥 튀어나온 기억이 명치끝을 두드린다
옷자락 끝에서
봄으로 짠 풍경이 연서처럼 휘날리면
나도 잠깐 제비꽃처럼 순해지고 싶은데
그만 네가 시치미를 떼면 어쩌지
사막에서 데려온 뜨거운 바람의 손을 꼭 잡고
동박새의 붉은 울음을 입술에 가득 얹은 후 질끈,
한 시절 눈부신 절망을 꿈꾸는
네 속마음이 궁금해 또 조바심이 나는데
느닷없는 춘설春雪,
고개 끄덕이며 난분분 중이다
-2018 미당문학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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