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간헐적 그리움 / 이은규 간헐적 그리움 - 이은규 가을의 다짐에 귀 기울여 보세요 하루 한 끼니와 같이 하루 한 번 당신을 그리워하기로 한다 간헐적으로 나뭇잎들 떨어지다, 떨어질까 지난 기억과 이번 가을 사이 마땅할 당, 몸, 신 마땅히 내 몸과 같은 당신이라 부르지 않기로 한다 그럼에도 이미 아직 당신이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3.10.17
사람아, 이쯤서/ 김윤배 사람아, 이쯤서/ 김윤배 눈이 내렸던가 아득하다 아득히 눈이라도 내렸던가 십년도 더 오래전에 내리던 눈이던가 흰 뼈마디를 풀자면 눈이라도 내려 쌓여야 하는 것인가 앙다문 뼈마디에 꽃잎이라니 오지 않은 꽃잎으로 입춘도 며칠 지나 실없이 웃음 헤퍼지는 뼈마디. 오지 않은 꽃잎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3.10.05
[스크랩] 立春 외 1편/ 정진규 立春 외 1편 / 정진규 햇볕들도 재잘재잘 작아질 때가 있다 사량도* 앞바다에 떨어져선 예쁘게 구겨졌다 자주자주 몸을 펴는 햇볕들 뒤채긴다는 말은 너무 무겁다 느리다 저토록 끝없는 바다가 각자 작아 지다니! 눈이 부시다 빛들이 일시에 출산을 하고 있었다 粒子들, 진종일 내 사랑도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3.09.11
[스크랩]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3년 올해의 좋은 시 1000[899]나는 춤추는 피나 바우쉬(Pina Bausch) - 서주영 나는 춤추는 피나 바우쉬(Pina Bausch) 서주영 무엇을 갈망하는가? 갈망은 어디에서 오는가?* 수많은 질문을 세상에 던지며 나는 춤춘다 춤추기 위해 내 안의 내게 묻고 또 묻는다 감정 저 너머 또 다른 감정에 깊숙하게 말 걸기 위해 솜털마저 세운 내가 파도처럼 깨지며 말 그 너머를 향해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3.08.04
[스크랩]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4년 올해의 좋은 시 1000[102]잠깐, 당신을 빌릴 수만 있다면 - 이채민 잠깐, 당신을 빌릴 수만 있다면 이채민 수레국화와 양귀비사이에서 쓸쓸히 시들어가는 당신을 잠깐, 빌릴 수만 있다면 단 한 줄의 문장으로 나는 사이프러스 숲에 당도한다 아주 잠깐, 당신에게 기댈 수만 있다면 광기어린 해바라기가 뒤덮은 노란 지붕아래 성수를 뿌리며 태양을 훔친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3.08.04
[스크랩]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3년 올해의 좋은시 1000 [317] 세렝게티의 말言 - 김경성 세렝게티의 말言 김경성 세렝게티의 밤은 밀림 속 롯지에 전기가 끊기는 밤 열두 시에 시작된다 램프를 든 마사이족 청년의 눈으로 들어간 별 몇 개가 후드득 방문 앞에 떨어지는 시간, 밀림 속에서 짝을 지어 다니는 임팔라, 톰슨가젤의 킁킁거리는 사랑의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단 하루..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3.08.04
[스크랩] 월장(月葬) / 권대웅 월장(月葬) - 권대웅 달에게로 가리 달 한 귀퉁이에 집을 짓고 장독대를 만들고 마당에는 서너 평의 텃밭 별들이 물어다 놓은 씨앗으로 당신이 밤에도 볼 수 있는 꽃들을 키우리 달빛에 발효되는 그리움들 구름이 달을 지나가는 순간 꽃은 당신 닮은 아이를 낳으리 환하여라 밤이면 세상 ..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3.06.26
[스크랩] 비밀이 사랑을 낳는다/ 이재무 비밀이 사랑을 낳는다/ 이재무 더 이상 비밀이 없는 삶은 누추하고 누추하여라 사랑하는 이여, 그러나 내가 밟아온 저 비린 사연을 다 읽지는 말아다오 들을수록 역겨운 냄새가 난다 나는 안다 내생을 그대 호기심 많은 눈이 다녀갈수록 사랑이 내게서 멀어져간다는 것을, 오월의 금빛 햇..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3.06.25
몰라요/ 박연준 몰라요/ 박연재 사랑하는 사람은 어린 에로스가 그랬던 것처럼 발기된 아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치욕이라는 게 뭐예요? 기억은 무엇을 담는 그릇이죠? 어젯밤 사다리가 한 칸씩 줄어드는 꿈을 꾸었어요 수줍게 도드라진 발 때문에 아침이 실패한 걸 알았죠 마음이 이쪽에서 저쪽..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3.06.08
[스크랩] 옛날 사람 / 곽효환 옛날 사람 - 곽효환 때론 사랑이 시들해질 때가 있지 달력 그림 같은 창밖 풍경들도 이내 무료해지듯 경춘선 기차 객실에 나란히 앉아 재잘거리다 넓은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잠이 든 그 설렘도 덕수궁 돌담길 따라 걷던 끝날 것 같지 않은 그 떨림도 북촌 마을 막다른 골목 가슴 터질듯 두.. 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2013.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