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스크랩] 옛날 사람 / 곽효환

이삐김밝은 2013. 6. 8. 20:44

 

 

 

 

 

 

 

 

 

     옛날 사람

 

 

                                                - 곽효환

 

 

 때론 사랑이 시들해질 때가 있지

 달력 그림 같은 창밖 풍경들도 이내 무료해지듯

 경춘선 기차 객실에 나란히 앉아 재잘거리다

 넓은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잠이 든 그 설렘도

 덕수궁 돌담길 따라 걷던 끝날 것 같지 않은 그 떨림도

 북촌 마을 막다른 골목 가슴 터질듯 두근거리던 입맞춤도

 그냥 지겨워질 때가 있지

 그래서 보낸 사람이 있지

 

 세월이 흘러 흘러 지나온 길을 남몰래 돌아보지

 날은 어둡고 텅 빈 하늘 아래 드문드문 가로등불

 오래된 성당 앞 가로수 길에 찬바람 불고

 낙엽과 함께 뒹구는 당신 이름, 당신과의 날들

 빛바랜 누런 털, 눈물 그렁그렁한 선한 눈망울

 영화 속 늙은 소 같은 옛날 사람

 시들하고 지겨웠던, 휴식이고 위로였던 그 이름

 늘 내 안에 있는 당신

 

 이제 눈물을 훔치며 무릎을 내미네

 두근거림은 없어도 이런 것도 사랑이라고

 

 

 

 시집『지도에 없는 집』문지 2010년

 

 

 

- 1967년 출생. 건국대 동 대학 언론홍보대학원 졸업.

   고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1996년<세계일보>신춘문예 당선. 2002년<시평>으로 등단.

  시집<인디오 여인>. 현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으로 재직 중.

 

 

 

 

출처 : 폴래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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