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스크랩] 해마다 유월이면 / 최승자

이삐김밝은 2013. 6. 7. 08:24

 

 

 

 

 

 사진:네이버포토(청소기님)

 

 

 

 해마다 유월이면

 

 

                                                   - 최승자

 

 

 해마다 유월이면 당신 그늘 아래

 잠시 쉬었다 가겠습니다.

 내일 열겠다고, 내일 열릴 것이라고 하면서

 닫고, 또 닫고 또 닫으면서 뒷걸음질치는

 이 진행성 퇴화의 삶,

 

 그 짬과 짬 사이에

 해마다 유월에는 당신 그늘 아래

 한번 푸근히 누웠다 가고 싶습니다.

 

 언제나 리허설 없는 개막이었던

 당신의 삶은 눈치챘었겠지요?

 내 삶이 관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오만과 교만의 리허설뿐이라는 것을.

 

 오늘도 극장 문은 열리지 않았고

 저 혼자 숨어서 하는 리허설뿐이로군요.

 그래도 다시 한번 지켜봐주시겠어요?

 (I go, I go, 나는 간다.

 Ego, Ego, 나는 간다.)

 

 

 

 - 1952년 충남 연기 출생. 고대 독문과 졸업.

   1979년『문학과 지성』으로 등단

   시집<이 시대의 사랑><즐거운 일기><기억의 집>

   <내 무덤 푸르고><연인들><쓸쓸해서 머나먼>

   <물 위에 씌어진> 등.  지리산문학상 수상.

 

 

 

 

출처 : 폴래폴래
글쓴이 : 폴래폴래 원글보기
메모 : 유월을 맞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