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청소기님)
해마다 유월이면
- 최승자
해마다 유월이면 당신 그늘 아래
잠시 쉬었다 가겠습니다.
내일 열겠다고, 내일 열릴 것이라고 하면서
닫고, 또 닫고 또 닫으면서 뒷걸음질치는
이 진행성 퇴화의 삶,
그 짬과 짬 사이에
해마다 유월에는 당신 그늘 아래
한번 푸근히 누웠다 가고 싶습니다.
언제나 리허설 없는 개막이었던
당신의 삶은 눈치챘었겠지요?
내 삶이 관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오만과 교만의 리허설뿐이라는 것을.
오늘도 극장 문은 열리지 않았고
저 혼자 숨어서 하는 리허설뿐이로군요.
그래도 다시 한번 지켜봐주시겠어요?
(I go, I go, 나는 간다.
Ego, Ego, 나는 간다.)
- 1952년 충남 연기 출생. 고대 독문과 졸업.
1979년『문학과 지성』으로 등단
시집<이 시대의 사랑><즐거운 일기><기억의 집>
<내 무덤 푸르고><연인들><쓸쓸해서 머나먼>
<물 위에 씌어진> 등. 지리산문학상 수상.
출처 : 폴래폴래
글쓴이 : 폴래폴래 원글보기
메모 : 유월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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