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스크랩] 페르귄트 / 하재연

이삐김밝은 2013. 6. 7. 08:20

 

 

 

 

 

 

 페르귄트

 

 

                                      - 하재연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은

 너를 거기 집어넣는 것

 네 눈동자에 비치는

 내 눈물이 거울을 따라 흘러내리겠지

 속눈썹이 한 가닥씩

 굳어가겠지

 

 너를 눕히고

 그 곁에 누우면

 음악은 흘러나오고

 간주는 끝나지를 않는다

 내 목소리가 창밖에서

 너를 부르네 오랜 동안

 아주 처음부터

 

 네가 벗어놓은 옷 옆에

 내가 벗어놓은 옷이

 낡아서 사라져가고

 방문 앞의 발자국 소리가

 계속해서 나를 깨우겠지

 우리는 반복하듯

 서로의 꿈속에서 잠이 들겠지

 

 태엽 감는 소리를 따라

 춤을 추고

 맨발은 빨갛게 아파오네

 네 신발은

 내 꿈 안에도 없겠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게

 눈은 내리겠지

 

 

 

 시집『세계의 모든 해변처럼』문지 2012

 

 

 

 - 1975년 서울 출생. 고대 국문과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02년『문학과사회』신인상으로 등단.

   시집<라디오 데이즈>

 

 

 

 

출처 : 폴래폴래
글쓴이 : 폴래폴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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