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귄트
- 하재연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은
너를 거기 집어넣는 것
네 눈동자에 비치는
내 눈물이 거울을 따라 흘러내리겠지
속눈썹이 한 가닥씩
굳어가겠지
너를 눕히고
그 곁에 누우면
음악은 흘러나오고
간주는 끝나지를 않는다
내 목소리가 창밖에서
너를 부르네 오랜 동안
아주 처음부터
네가 벗어놓은 옷 옆에
내가 벗어놓은 옷이
낡아서 사라져가고
방문 앞의 발자국 소리가
계속해서 나를 깨우겠지
우리는 반복하듯
서로의 꿈속에서 잠이 들겠지
태엽 감는 소리를 따라
춤을 추고
맨발은 빨갛게 아파오네
네 신발은
내 꿈 안에도 없겠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게
눈은 내리겠지
시집『세계의 모든 해변처럼』문지 2012
- 1975년 서울 출생. 고대 국문과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02년『문학과사회』신인상으로 등단.
시집<라디오 데이즈>
출처 : 폴래폴래
글쓴이 : 폴래폴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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