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요/ 박연재
사랑하는 사람은
어린 에로스가 그랬던 것처럼
발기된 아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치욕이라는 게 뭐예요?
기억은 무엇을 담는 그릇이죠?
어젯밤 사다리가 한 칸씩 줄어드는 꿈을 꾸었어요
수줍게 도드라진 발 때문에
아침이 실패한 걸 알았죠
마음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달려가다
가쁘게 사라져요
이 시간이 너무 좁다고 생각해요
당신을 완성시킬 순 없어요
이미 세 조각을 잃어버렸는걸요
문 앞에다 놓고 가세요
나는 하루 종일 달려야 해요
밤은 아침이 놓친 물고기,
팔딱이다 끊어지겠죠
당신이 빨강에 가까운지 해에 가까운지
내일 생각할래요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 』 중에서
-시집,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 2012. 문학동네
<박연준>
-1980년생,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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