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스크랩] 월장(月葬) / 권대웅

이삐김밝은 2013. 6. 26. 19:45

 

 

 

 

 

 

 

 

 

          월장(月葬)

 

 

                                                       - 권대웅

 

 

 

 달에게로 가리

 달 한 귀퉁이에 집을 짓고

 장독대를 만들고

 마당에는 서너 평의 텃밭

 별들이 물어다 놓은 씨앗으로

 당신이 밤에도 볼 수 있는 꽃들을 키우리

 달빛에 발효되는 그리움들

 구름이 달을 지나가는 순간

 꽃은 당신 닮은 아이를 낳으리

 환하여라

 밤이면 세상 슬픈 꿈마저도

 강물 위에서 반짝이고

 언덕에 엎드려 울던 별들과 새들

 숲속의 시냇물들 저 하늘로 흘러가리

 달에게로 가리

 달 지붕 위에 굴뚝을 만들고

 부뚜막에는 둥근 밥솥

 첫새벽밥 지어놓고

 밤새 당신 바라보다가

 눈썹이 하얗게 새어 없어져도 행복하여라

 

 

 

 『시와문화』2013년 여름호

 

 

 

 -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당나귀의 꿈><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

 

 

 

출처 : 폴래폴래
글쓴이 : 폴래폴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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