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당신을 빌릴 수만 있다면
이채민
수레국화와 양귀비사이에서
쓸쓸히 시들어가는 당신을 잠깐, 빌릴 수만 있다면
단 한 줄의 문장으로 나는 사이프러스 숲에 당도한다
아주 잠깐, 당신에게 기댈 수만 있다면
광기어린 해바라기가 뒤덮은 노란 지붕아래
성수를 뿌리며
태양을 훔친 범죄자의 난해한 이름들을 외우며
당신이 그려놓은 만개의 별을 세며
새들이 앉았다 포롱포롱 날아가는 삼나무도 족하겠지만
외로움이 등불처럼 달린 당신의 등에 기대어
진한양귀비로 확 피어보고 싶다
카페 라뉘*에서 내 눈을 멀게 한 죄까지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고흐가 그린 실제 카페이름
계간 『미네르바』 2013년 여름호 발표
출처 : 계간미네르바작가회
글쓴이 : 이종섶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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