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春 외 1편 / 정진규
햇볕들도 재잘재잘 작아질 때가 있다 사량도* 앞바다에 떨어져선 예쁘게 구겨졌다 자주자주 몸을 펴는 햇볕들 뒤채긴다는 말은 너무 무겁다 느리다 저토록 끝없는 바다가 각자 작아 지다니! 눈이 부시다 빛들이 일시에 출산을 하고 있었다 粒子들, 진종일 내 사랑도 자주자주 사소해졌다 萬坪쯤 예쁘게 사소해졌다
*사량도:삼천포 앞바다에 있는 섬
사량도 가는 길
사천 비행장에서 삼천포로 들어가다 보면 바다가 저 아래 멀찍이 있는 또 다른 바다와 몸을 섞고 있는, 내려다 보아야만 보이는 내려다 보아서 송구스러운 마을이 있다 문둥이 마을이다 슬픈 살, 자주자주 바닷물로 적셔두어야만 소금물로 절여 두어야만 그나마 더디게 상하는 살, 그 마을 사람들은 절인 생선을 절대 먹지 않는다
염장해 둔 내 슬픈 속살, 거기 묻힌 사량도 가는 길
―시집 『본색』 천년의 시작, 2004
출처 : 계간미네르바작가회
글쓴이 : 김기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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