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 이쯤서/ 김윤배
눈이 내렸던가 아득하다 아득히
눈이라도 내렸던가 십년도 더 오래전에 내리던 눈이던가
흰 뼈마디를 풀자면 눈이라도 내려 쌓여야 하는 것인가
앙다문 뼈마디에 꽃잎이라니 오지 않은 꽃잎으로
입춘도 며칠 지나 실없이 웃음 헤퍼지는 뼈마디.
오지 않은 꽃잎 맞이하자면 십년도
더 오래전에 내리던 눈이라도 내려야 하는 것인가
뼈로 뼈를 채우던 긴긴 계절
눈이라도 오라 울었던가
그리하여 이제 경칩 가까이
바람조차 푸수수 가슴 헤쳐놓는 날
그 뼈마디들 완강한 침묵을
내려놓는다 하면 눈이라도
십년도 오래전에 내리던 눈이라도
저 낡은 뼈마디마다 내려 쌓여야 하는 것인가
사람아! 이쯤서 내 뼈마디 풀어야 하는 것인가
- 시집『바람의 등을 보았다』,창비, 2012
김윤배
1944년 청주출생
1986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시작
시집으로『겨울 숲에서』『떠돌이의 노래』『강 깊은 당신 편지』『굴욕은 아름답다』『따뜻한 말속에 욕망이 숨어 있다』『슬프도로 비천하고 슬프도록 당당한』『부론에서 길을 잃다』『혹독한 기다림 위에 있다』등이 있고 장시『 사당 바우덕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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