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 박형권
사람 안 들기 시작한 방에 낙엽이 수북하다
나는 밥 할 줄 모르고,
낙엽 한 줌 쥐여 주면 햄버거 한 개 주는 세상은 왜 오지 않나
낙엽 한 잎 잘 말려서 그녀에게 보내면
없는 나에게 시집도 온다는데
낙엽 주고 밥 달라고 하면 왜 뺨 맞나
낙엽 쓸어담아 은행 가서 낙엽통장 만들어 달라 해야겠다
내년에는 이자가 붙어 눈도 펑펑 내리겠지
그러니까 젠장,
이 깔깔한 돈 세상에는
처음부터 기웃거리지도 말아야 하는 것이었다
아직도 낙엽 주워 핸드백에 넣는 네 손 참 곱다
밥 사먹어라
시집『전당포는 항구다』창비 2013.
-1961년 부산 출생. 경남대 사학과 졸업.
200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우두커니> 김달진창원문학상 수상.
출처 : 폴래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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