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스크랩] 은행나무 / 박형권

이삐김밝은 2013. 10. 23. 21:09

 

 

 

 

 

 

 

 은행나무

 

 

                                         - 박형권

 

 

 사람 안 들기 시작한 방에 낙엽이 수북하다

 나는 밥 할 줄 모르고,

 낙엽 한 줌 쥐여 주면 햄버거 한 개 주는 세상은 왜 오지 않나

 낙엽 한 잎 잘 말려서 그녀에게 보내면

 없는 나에게 시집도 온다는데

 낙엽 주고 밥 달라고 하면 왜 뺨 맞나

 낙엽 쓸어담아 은행 가서 낙엽통장 만들어 달라 해야겠다

 내년에는 이자가 붙어 눈도 펑펑 내리겠지

 그러니까 젠장,

 이 깔깔한 돈 세상에는

 처음부터 기웃거리지도 말아야 하는 것이었다

 아직도 낙엽 주워 핸드백에 넣는 네 손 참 곱다

 밥 사먹어라

 

 

 시집『전당포는 항구다』창비 2013.

 

 

 

 -1961년 부산 출생. 경남대 사학과 졸업.

   200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우두커니> 김달진창원문학상 수상.

 

 

 

출처 : 폴래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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