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스크랩] 간헐적 그리움 / 이은규

이삐김밝은 2013. 10. 17. 10:09

 

 

 

 

 

 

 

 

       간헐적 그리움

 

 

                                                        - 이은규

 

 

 가을의 다짐에 귀 기울여 보세요

 

 하루 한 끼니와 같이

 하루 한 번 당신을 그리워하기로 한다

 간헐적으로

 나뭇잎들 떨어지다, 떨어질까

 지난 기억과 이번 가을 사이

 

 마땅할 당, 몸, 신

 마땅히 내 몸과 같은 당신이라 부르지 않기로 한다

 그럼에도 이미 아직

 당신이 당신이라면

 사이사이로 지는 잎새 쌓이거든

 열두 겹 포근히 즈려밟고 오세요

 

 도착 대신 연착되는 안부일 때

 이번 가을과 다음 기억 사이

 그럼에도 아직 이미

 하루 한 끼니에 익숙해진다면

 나뭇잎에 숨겨놓은 다짐을 들추지 않기로 한다

 

 몸속 세포가 바뀌듯이

 간헐적으로 나뭇잎들 떨어진다, 돋아날까

 계절이 오고 가는 사이

 열두 겹 기억의 도착을 예감해 보기로 한다

 그럼에도 이미 아직

 한 줄기 햇빛시침이 우리를 향하는 시간

 

 다짐에 귀 기울여 보세요 가을의

 

 

 

 『문학사상』2013년 9월호.

 

 

 

 -1978년 서울 출생. 광주대 문창과 동 대학원 졸업.

   2006년 국제신문,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다정한 호칭>

 

 

 

출처 : 폴래폴래
글쓴이 : 폴래폴래 원글보기
메모 : 폴래폴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