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춤추는 피나 바우쉬(Pina Bausch)
서주영
무엇을 갈망하는가?
갈망은 어디에서 오는가?*
수많은 질문을 세상에 던지며 나는 춤춘다
춤추기 위해 내 안의 내게 묻고 또 묻는다
감정 저 너머 또 다른 감정에
깊숙하게 말 걸기 위해
솜털마저 세운 내가 파도처럼 깨지며
말 그 너머를 향해 춤춘다
눈부신 춤사위에도 발톱 숨긴 독니는 있어
호흡 놓친 미세한 결 하나로 발목 꺾는 날 있다
불독처럼 심장 물어뜯는 날 있다
나만의 색으로 나만의 옷을 입힌
나만의 몸 언어,
전신지느러미에 번뜩이는 돌기 세워
화들짝 세상을 뒤흔든다
나는 춤춘다
고로 존재한다**고
내가 내게 대답하며 다시 또 춤춘다
어김없이 제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바위를
쉬지 않고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처럼
뜨거움으로 날던 긴 목의 한 마리 학,
자신이 그리던 유토피아 저편으로
속 날개마저 접은 채 꽃잎처럼 붉게 저문다
*, ** 독일의 독창적인 무용가이자 안무가이며 인간의 실존을 예술로 승화시킨 현대무용의 대명사로 알려진 피나 바우쉬(Pina Bausch)가 남긴 말.
웹진 『시인광장』 2013년 4월호 발표
출처 : 계간미네르바작가회
글쓴이 : 이종섶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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