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시를 위하여 (시인들의 좋은 시)

[스크랩]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3년 올해의 좋은 시 1000[899]나는 춤추는 피나 바우쉬(Pina Bausch) - 서주영

이삐김밝은 2013. 8. 4. 00:42

나는 춤추는 피나 바우쉬(Pina Bausch)

서주영

  

 

 

 

무엇을 갈망하는가?

갈망은 어디에서 오는가?*

 

수많은 질문을 세상에 던지며 나는 춤춘다

춤추기 위해 내 안의 내게 묻고 또 묻는다

 

감정 저 너머 또 다른 감정에

깊숙하게 말 걸기 위해

솜털마저 세운 내가 파도처럼 깨지며

말 그 너머를 향해 춤춘다

 

눈부신 춤사위에도 발톱 숨긴 독니는 있어

호흡 놓친 미세한 결 하나로 발목 꺾는 날 있다

불독처럼 심장 물어뜯는 날 있다

 

나만의 색으로 나만의 옷을 입힌

나만의 몸 언어,

전신지느러미에 번뜩이는 돌기 세워

화들짝 세상을 뒤흔든다

 

나는 춤춘다

고로 존재한다**

내가 내게 대답하며 다시 또 춤춘다

어김없이 제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바위를

쉬지 않고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처럼

 

뜨거움으로 날던 긴 목의 한 마리 학,

자신이 그리던 유토피아 저편으로

속 날개마저 접은 채 꽃잎처럼 붉게 저문다

 

 

 

*, ** 독일의 독창적인 무용가이자 안무가이며 인간의 실존을 예술로 승화시킨 현대무용의 대명사로 알려진 피나 바우쉬(Pina Bausch)가 남긴 말.

 

 

 

 

웹진 시인광장20134월호 발표

 

출처 : 계간미네르바작가회
글쓴이 : 이종섶 원글보기
메모 :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