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숲에 내리는/ 김밝은 자작나무숲에 내리는/ 김밝은 아릿하고 매운 하늘을 머리에 인 길이 멀미를 하듯 지나갑니다 직립의 시간 속 누구하나 말 걸어오지 않는 날 몸은 늘 가로로 누우려하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흰 바람만 푹푹 쏟아집니다 허공으로 길을 내던 고광나무 곁을 지나 천지간 뭉클한 그대의 집 .. 카테고리 없음 2016.01.10
어느날, 궁/ 김밝은 어느 날, 궁 김밝은 풍경하나 물고와 오늘과 내일사이 공간을 이어주는 새들도 날개에 묻은 나른한 땀방울을 털어내는 한낮 뭉텅뭉텅 여름을 떼어내고 싶은 하늘 아래 고요만 배부르게 껴안은 내 곁으로 한 계절이 팔짱을 낀 채 느릿느릿 걸어가고 팔팔한 햇살을 뚫고 가는 바람의 가느..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01.10
뒤돌아선 시간을 가진-화방사에서 / 김밝은 뒤돌아 앉은 시간을 가진 -華芳寺에서 김밝은 붓꽃도 차마 제 빛으로 피어나지 못하고 있는, 요사체 마당이 온통 적막이다 오래된 팽나무의 이끼에 살이 오르고 멀구슬꽃향기가 막무가내 올라오면 배고픈 마음 곁에서 차마 떠나지 못했던 바람만은 희미해져가는 경전을 물끄러미 바라보..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5.09.29
오래전 안부를 묻다/ 김밝은 오래전 안부를 생각하다 김밝은 나이 들어가는 얼굴처럼 애잔해진 달을 만지작거리며 술을 마실 때면 뒤돌아선 네가, 보고 싶어 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서 우아하던 귓속 달팽이관이 균형을 잃고 어지러워지곤 한다 매미허물처럼 알맹이는 사라지고 껍질만 남겨진 시간 두꺼운 눈꺼풀..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5.09.17
플래어스커트/김밝은 플래어스커트 김밝은 하늘의 중추를 돌리던 봄의 손사위가 지쳐갈 때쯤 기침소리만 받아내던 플래어스커트에 수국꽃빛깔로 물든 바다가 휘모리장단으로 흔들렸다 치맛자락 어디쯤에서 우화한 나비가 푸른 절벽 위에서 날아가 버린 날 북두칠성의 허리를 붙잡고 있던 외옹치外瓮峙의 ..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5.09.17
겨울 생각/ 김밝은 겨울 생각 김밝은 시간이 빠르게 늙어가고, 새들은 느린 풍경으로 지나갔습니다 하늘상여를 옮기며 가는 새들이 생각 안으로 스며들던 겨울 강의 하루를 만나고 온 후 눈물을 숨겨둔 거울 속 얼굴을 바라보며 가시가 박혀있는 밥을 삼키곤 했어요 속수무책 눈이 내리거나 깨진 별들이 머..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5.09.07
그늘/ 김밝은 그늘 집 한 채 바람속에서 주저앉고 있다 쨍그랑거리거나 팔랑거리던 목소리들도 부서져 함께 주저앉고 있다 날아다니던 소문의 날개를 꺾어 잡아오던 가벼운 발걸음은 빛바랜 벽지에 짠한 기억으로 묻어있는지 희미해진 손짓들이 녹슨 문고리에서 허둥거리고 무너져 내리고 있는 사철..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5.09.07
슬픈 빨강이 된 고양이가 나를 바라보는 오후 슬픈 빨강이 된 고양이가 나를 바라보는 오후 생각들이 혓바닥을 길게 내밀고 늘어진 날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꼬리를 빼앗긴 고양이 한 마리가 길을 헤매고 있다 어스름 저녁이 몰고 오는 비릿한 냄새가 얹어진 얼룩진 빨강이 꼬리의 흔적처럼 흔들리고 있다 오래전, 할머니는 ..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5.07.05
사자死者의 방이 있는 나무 사자死者의 방이 있는 나무 범꼬리꽃 툭툭 하늘의 꼬리를 건드는 금대봉 산머리 위로 마른 허물을 걸어놓은 듯 구름도 조심조심 지나가는 날 불립문자不立文字가 내려앉은 나무의 몸에 아케론 강이 흐르고 있다 살아있는 내 몸을 카론의 배에 실어보는 것은 간절하게 뒤를 다시 돌아보..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5.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