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死者의 방이 있는 나무
범꼬리꽃 툭툭
하늘의 꼬리를 건드는 금대봉 산머리 위로
마른 허물을 걸어놓은 듯 구름도 조심조심 지나가는 날
불립문자不立文字가 내려앉은 나무의 몸에
아케론 강이 흐르고 있다
살아있는 내 몸을 카론의 배에 실어보는 것은
간절하게 뒤를 다시 돌아보는 일,
진혼곡을 품고 서성이던 숲이 무거운 몸을
털어내듯 나를 쏘아보고
나를 아프게 하기 싫은 또 하나의 나는
비밀의 눈빛 가득하던 어제와 화해의 손을 잡는다
순간, 균열이 일던 심장을 딛고
살아있는 날의 하루가 빠르게 지나갔다
2015. 시와시학 여름호 (육필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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