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다시, 느다시
뜨거운 바람은
고개를 숙인 채 먼데서 느리게 오고...
느다시란 말 사이
지는 해가 갸륵하게 머무르면
생의 하루쯤은 내려놓고
오래오래 바라보고 싶어졌다
기억을 딛고 있는 발이
완성하지 못한 문장들의 안부를 더듬고
습관처럼 부르다 두고 온 노랫말들은
새벽 파도에 젖은 가슴팍으로 짜디짜게 스며들었다
해석해내지 못한 손금위에 복잡한 지도를 그리던,
칠월의 하루가
욱신거리는 시간들이 묻어있는 옷자락을 부여잡고 일어섰다
혓속에 숨겨놓은 이름이 뜨거워져도
섬은, 어루만져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기어이 말해주지는 않았다
왕은점표나비 외롭게 흔들리는
섬 하나 어쩌자고
어쩌자고 애틋한 얼굴이 되어있었다
애지, 2015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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