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동쪽으로 두는 시간에
새벽 3시
귀신들의 시간에 깨어나 서성이곤 했니
문득 배꼽이 간지러워지면
이름을 한번만 불러줘도 달려나갈 것만 같은데
그럴 땐 날개가 부러진 나비들이 천정에서
흔들리는 눈빛으로 내려다보기도 했다지
부러진 날개가 눈처럼 내리고
늦가을의 창문에서 찰찰한 어제의 모습을 잊어가던 네가
지워져가는 손톱의 봉숭아 꽃물을 바라보듯 말했지
나의 애인이 되어줘 시퍼런 새벽의 칼날도 기꺼이 두손으로 담뿍 받을게
너, 사향 냄새가 묻은 거짓말을 우아하게 차려입고
미혹의 심장을 조금씩 훔쳐내기 시작했어
간혹 가랑비가 가랑이 사이를 건드리고만 지나가도
뚝뚝 뜯겨지는 살점들이
붉은 꽃으로 피어 흔들리기도 했을까?
어깨 위에선 눈물투성이의 기억들이
어쩌면, 하냥 하냥 맴돌기도 했을꺼야
애지, 2015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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