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새들은 밤이면 어디로 가는걸까

이삐김밝은 2015. 3. 22. 18:08

 

 

 

 

새들은 밤이면 어디로 가는 걸까

 

                                           김밝은

 

깃털사이 감추어둔 한 움큼의 햇살로

환했던 잠시가 사라지려하자

붉은 비단천을 두른 새들의 울음소리가

꽁꽁 언 하늘을 힘껏 움켜잡았다

 

기계음에 섞여졌던 불안한 기억을 파닥이는지

날선 배후를 가진 얼굴들이 쏟아지며

한 장의 사진이 된 풍경으로 정지되었다

 

전봇대가 기울어진 몸으로 데자뷰된 풍경을 쫒아가는 동안

매운 울음을 받아내지 못한 저수지는 자꾸 잔기침을 토해냈다

 

위태로운 시간의 흔적들도

등을 구부리고 지나가는 밤

 

밤의 보드라운 손금하나 들여다보려고,

천리 밖까지 바라보려 하늘 한 계단 더 올라가려고* ...

 

새들은 밤이면 어디로 가는 것일까

 

 

*당나라 왕지환의 시「관작루에 올라」중 ‘천리 밖까지 바라보려면 누대 한 계단 더 올라가야지’에서 변용

 

 

<시와문화 2014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