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밤이면 어디로 가는 걸까
김밝은
깃털사이 감추어둔 한 움큼의 햇살로
환했던 잠시가 사라지려하자
붉은 비단천을 두른 새들의 울음소리가
꽁꽁 언 하늘을 힘껏 움켜잡았다
기계음에 섞여졌던 불안한 기억을 파닥이는지
날선 배후를 가진 얼굴들이 쏟아지며
한 장의 사진이 된 풍경으로 정지되었다
전봇대가 기울어진 몸으로 데자뷰된 풍경을 쫒아가는 동안
매운 울음을 받아내지 못한 저수지는 자꾸 잔기침을 토해냈다
위태로운 시간의 흔적들도
등을 구부리고 지나가는 밤
밤의 보드라운 손금하나 들여다보려고,
천리 밖까지 바라보려 하늘 한 계단 더 올라가려고* ...
새들은 밤이면 어디로 가는 것일까
*당나라 왕지환의 시「관작루에 올라」중 ‘천리 밖까지 바라보려면 누대 한 계단 더 올라가야지’에서 변용
<시와문화 2014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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