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안녕하세요 고갱씨

이삐김밝은 2015. 1. 28. 09:42

 

 

 

 

 

 

안녕하세요, 고갱씨*

                                김밝은

 

찰나가 낙원이라고 살짝 귀띔만 해주세요

저기 푸른 밀밭 사이로 거침없이 뛰어들어 보게요

우울한 몸짓은 잠깐,

이곳에서는 당신이 전설이잖아요

 

건조해진 눈 속에 무지개를 넣어주면,

 

그늘이 넓은 모자를 쓰고

우아한 향기로 멋을 낸 양산도 들고요

물뱀 한 마리 발가락사이에서 꼼지락거릴지도 몰라요

 

여기서는 시간이 너무 더디게 지나가서

어떻게 살고 있냐고, 자꾸 내가 나에게 물어요

꽃대를 꺾어도 내 살에서 핏물이 흐르고

당신을 바라보듯 그려지지 않는 그림을 자꾸만 만져요

 

어둠이 어슬렁거리는 시간이 오면

무지개를 품은 물보라로 사라질까요?

 

시간은 몸으로 기억하는 것이라고

밀밭 사이로 뜨거운 바람이 일 때

 

당신은 또 멀리 가야 할 사람**

 

 

* 고갱의 그림 제목

**고흐는 고갱을 “멀리서 온 사람이고, 또 멀리 갈 사람”이라고 했다

 

-미래시학 2014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