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갱씨*
김밝은
찰나가 낙원이라고 살짝 귀띔만 해주세요
저기 푸른 밀밭 사이로 거침없이 뛰어들어 보게요
우울한 몸짓은 잠깐,
이곳에서는 당신이 전설이잖아요
건조해진 눈 속에 무지개를 넣어주면,
그늘이 넓은 모자를 쓰고
우아한 향기로 멋을 낸 양산도 들고요
물뱀 한 마리 발가락사이에서 꼼지락거릴지도 몰라요
여기서는 시간이 너무 더디게 지나가서
어떻게 살고 있냐고, 자꾸 내가 나에게 물어요
꽃대를 꺾어도 내 살에서 핏물이 흐르고
당신을 바라보듯 그려지지 않는 그림을 자꾸만 만져요
어둠이 어슬렁거리는 시간이 오면
무지개를 품은 물보라로 사라질까요?
시간은 몸으로 기억하는 것이라고
밀밭 사이로 뜨거운 바람이 일 때
당신은 또 멀리 가야 할 사람**
* 고갱의 그림 제목
**고흐는 고갱을 “멀리서 온 사람이고, 또 멀리 갈 사람”이라고 했다
-미래시학 2014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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