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사자死者의 방이 있는 나무

이삐김밝은 2015. 7. 4. 23:50

 

 

사자死者의 방이 있는 나무

 

 

범꼬리꽃 툭툭

 

하늘의 꼬리를 건드는 금대봉 산머리 위로

 

마른 허물을 걸어놓은 듯 구름도 조심조심 지나가는 날

 

불립문자不立文字가 내려앉은 나무의 몸에

 

아케론 강이 흐르고 있다

 

살아있는 내 몸을 카론의 배에 실어보는 것은

 

간절하게 뒤를 다시 돌아보는 일,

 

진혼곡을 품고 서성이던 숲이 무거운 몸을

 

 털어내듯 나를 쏘아보고

 

나를 아프게 하기 싫은 또 하나의 나는

 

비밀의 눈빛 가득하던 어제와 화해의 손을 잡는다

 

순간, 균열이 일던 심장을 딛고

 

살아있는 날의 하루가 빠르게 지나갔다

 

 

2015. 시와시학 여름호 (육필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