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오래전 안부를 묻다/ 김밝은

이삐김밝은 2015. 9. 17. 12:43

 

 

오래전 안부를 생각하다

 

                                                               김밝은

 

나이 들어가는 얼굴처럼

애잔해진 달을 만지작거리며 술을 마실 때면

뒤돌아선 네가, 보고 싶어 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서

우아하던 귓속 달팽이관이 균형을 잃고 어지러워지곤 한다

 

매미허물처럼 알맹이는 사라지고 껍질만 남겨진 시간

두꺼운 눈꺼풀을 들춰 들여다보지만

주먹 쥔 손의 손금을 훔쳐볼 수는 없는 것

 

환한 불빛 아래서 오히려 읽어낼 수 없는 날들이 있다

 

오글오글한 말들이 옴팡지게 묻어있는 옷자락에

술잔에 새겨진 너의 지문이 비틀거리면

뒤척이다 깨어나 쓰는 새벽 세시의 문장처럼 쓸쓸해지고,

 

꽃잎살결처럼 부드럽던 웃음은 오래도록 남아서

심장가까이에서 뽀드득거린다고

오늘은 치맛단을 들어 올린 바다가 남쪽에서 올라온다고 말을 건네도

풍경을 읽어주던 입을 달싹여주지 않는다

 

가질 수 없는 내일을 꿈꾸다 부끄러워지는 날

 

 

찌릿찌릿하게 다가오던 봄날이 슬픔의 모퉁이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다

 

 

 

2015  리토피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