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겨울 생각/ 김밝은

이삐김밝은 2015. 9. 7. 21:49

 

 

 

겨울 생각

 

                 김밝은

 

시간이 빠르게 늙어가고,

새들은 느린 풍경으로 지나갔습니다

 

하늘상여를 옮기며 가는 새들이

생각 안으로 스며들던

겨울 강의 하루를 만나고 온 후

 

눈물을 숨겨둔 거울 속 얼굴을 바라보며

가시가 박혀있는 밥을 삼키곤 했어요

 

속수무책 눈이 내리거나

깨진 별들이 머리위로 떨어지는 날에는

오래 만지작거려 꼬깃꼬깃해진 말들을

하늘이 가지런히 펴 내려놓기도 하겠지요

 

제 몸에 마두금을 걸고

바람의 연주를 받아들이는 흰 낙타처럼

비명을 참아내던 마음이 자유로워지면

내가 주었던 상처들로

어딘가 새겨있을지도 모를 비문秘文의 흔적들을

문 닫아건 저 강에서 찾아낼 수도 있을까요

 

쓱쓱, 연민을 껴안고 있는 강을 문지를 때 마다

내 이름이 조금씩 지워져가고 있어요

 

 

2015 창작 21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