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플래어스커트/김밝은

이삐김밝은 2015. 9. 17. 12:37

 

       

           

 

   플래어스커트

 

                             김밝은

하늘의 중추를 돌리던 봄의 손사위가 지쳐갈 때쯤

기침소리만 받아내던 플래어스커트에

수국꽃빛깔로 물든 바다가 휘모리장단으로 흔들렸다

 

 

치맛자락 어디쯤에서 우화한 나비가

푸른 절벽 위에서 날아가 버린 날

북두칠성의 허리를 붙잡고 있던

외옹치外瓮峙의 바닷물 흘러들었던 것일까

 

 

펄럭이다가 휘날리다가 애면글면한 상처들을 붙잡고

파도치는 치마위에 얼굴을 묻으면

 

 

죽음 앞에서처럼 순해져야 하거나

온 몸을 바동거려야 할 때라고

내려놓아야 할 무엇 아프냐고

 

 

낯익은 인기척 같은 저릿한 눈물이,

눈물을 짊어지고 북두칠성을 향해 부풀어 오르는 저녁

머뭇머뭇하던 꽃잎들이 팽팽해진 울음으로 출렁였다

바다의 눈동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15 리토피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