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어스커트
김밝은
하늘의 중추를 돌리던 봄의 손사위가 지쳐갈 때쯤
기침소리만 받아내던 플래어스커트에
수국꽃빛깔로 물든 바다가 휘모리장단으로 흔들렸다
치맛자락 어디쯤에서 우화한 나비가
푸른 절벽 위에서 날아가 버린 날
북두칠성의 허리를 붙잡고 있던
외옹치外瓮峙의 바닷물 흘러들었던 것일까
펄럭이다가 휘날리다가 애면글면한 상처들을 붙잡고
파도치는 치마위에 얼굴을 묻으면
죽음 앞에서처럼 순해져야 하거나
온 몸을 바동거려야 할 때라고
내려놓아야 할 무엇 아프냐고
낯익은 인기척 같은 저릿한 눈물이,
눈물을 짊어지고 북두칠성을 향해 부풀어 오르는 저녁
머뭇머뭇하던 꽃잎들이 팽팽해진 울음으로 출렁였다
바다의 눈동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15 리토피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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