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숲에 내리는/ 김밝은
아릿하고 매운 하늘을 머리에 인
길이 멀미를 하듯 지나갑니다
직립의 시간 속
누구하나 말 걸어오지 않는 날
몸은 늘 가로로 누우려하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흰 바람만 푹푹 쏟아집니다
허공으로 길을 내던 고광나무 곁을 지나
천지간 뭉클한 그대의 집
가는 길은 멀어서
겨울을 걸어가는 홍방울새의
눈 속에 숨겨두었던
오래된 말들이 등을 보이며 떠나갑니다
풍화되어가는 약속의 전언
나는 일찍이 입어본 일이 없는 납의 무게를 입*고도
아직
그대를 기다립니다
* T.로스케의 시「지금은 무엇」중에서
2015 시와 사상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