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이야기/김밝은 2016 나이아가라폭포 연어 이야기 살아있는 것들의 몸을 함부로 만지지 못했던 적 있었습니다 아무데나 앉아 징징거리기도 하고 땅따먹기를 하다가 친구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뽑아내버리기도 했었지만요 분홍분홍하며 피어나던 진달래나 붉디붉어진 저녁 해를 껴입고 날아가는 새들을 ..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7.07.04
여시아문/김밝은 사진- 네이버 여시아문(如是我聞)* 김밝은 두 다리 맘껏 펴고 자지 못한 날이 많았던 거야 가끔 상상의 지도가 깨끗이 지워져 어지러울 때도 있었을테지 지끈지끈해지는 사람 사이는 또 얼마나 많았겠니⋯ 손에 다 쥐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빠져나가 버리는 이야기들이어서 더 아픈지..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7.03.14
매자나무를 닮았다/ 김밝은 매자나무; 사진- 가실님 매자나무를 닮았다 김밝은 한때 다디달았던 목소리 폭신폭신하던 웃음들 모두 처음 보는 뜨악한 표정이 되어 돌아서갔다 눈보라가 한바탕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떠나고 낯선 거리에 새파래진 내 입술을 내려놓으면 생각에 잠긴 나무들 사이를 불안한 수다를 옮..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7.03.14
동지/김밝은 동지(冬至) 김밝은 걷고 또 걸어도 쨍쨍한 한낮들이 지루하게 흘러갔어 도대체 생각이 없는 것 같은 낮들이 지겨워지기 시작했지 오후 세시만 되면 내려앉는 눈꺼풀을 원망하며⋯ 얼마만이야 이런 시간 얼른 낮을 뒤집어 놓고 긴긴 밤과 마주해야지 부풀대로 부푼 밤의 몸을 오래도록..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7.03.14
애월을 그리다 5/ 김밝은 애월(涯月)을 그리다 5 김밝은 애월, 어긋나버린 목소리처럼 비가 내리는 날 비자나무 냄새가 온몸으로 파고들던 숲길로 들어서지 말았어야 했을까 까마득한 절벽을 해국으로 펼쳐놓은 바닷가 가까이에도⋯ 세상의 손바닥 위에서 미끄럼 타는 일을 언제부터였는지 뒤척이는 인연들을..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7.03.04
시, /김밝은 시, 김밝은 다가오지 않는 마음을 부르는 소리로 두꺼워지는 벽 이름 없는 입술이 초승달위에 묵음으로 얹히면 핏기 없는 어둠만이 달뜬 뺨을 비비고 가는 방 아침마다 정성껏 눈을 씻으며 바라봐도 여전히 초라한 일들이 일어나는 내일 또 지나간다 멋진 글자들로 잘 차려 입은 누군가..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7.03.04
평행선/김밝은 평행선 김밝은 오랜만이어서 신이 난 눈이 저 혼자 달음박질로 오는 아침 기를 쓰며 오물거리던 문장들을 끝내 소화시키지 못한 채 뱉어내버렸다 오래전부터 오른쪽이 잘 들리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자꾸 왼쪽으로만 지나간다고 구부러진 길 위에서 성화를 내던 사람 아직 누구와 입 맞..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7.03.04
문득 3/김밝은 문득 3 - 자은도에서 김밝은 붉게 밑줄을 그어놓았던 날의 어디쯤에 숭숭 구멍 뚫려가던 웃음의 뼈대들 무너져 내리는 중이었을까요 생각을 거스르며 새어나갔던 말들의 흔적이 묻은 짜디짠 바람이 가슴을 할퀴며 아프게 지나갔습니다 비밀의 틈으로 밀어놓았던 시절의 문장들 아슬아슬..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7.01.05
문득 2/김밝은 문득 2 김 밝은 페르시아어로는 어떻게 발음이 될까 나는 물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네*를 읊조리며 자은도 가는 어디쯤 오래전 너의 집이 있던 곳 같아 매서운 손찌검이 지나간 듯 멍, 해지고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는데 생꽃잎 뚝뚝 꺾여 던져지듯 파르르 떨던 시간들 소스라치게 쏟아..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7.01.04
풍경에서 조금 멀어지다/김밝은 풍경에서 조금 멀어지다 김밝은 소스라치는 눈빛을 집어등 끝에 매달아둔 채 울진에서 서울행 막차를 탔습니다 눈보라로 휘몰아치며 등을 떠밀던 바다 냄새가 안녕의 손짓처럼 울컥, 옷자락에 묻어 있습니다 귓볼에 와 닿던 말들의 생각으로 가득 채워도 자꾸만 우울해지는 이마를 차창.. 시 세상/세상으로 띄워 보내는 말 (신작시) 2016.10.15